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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만 봤을 땐 '요노스케'란 인물의 대학 생활을 담은 이야기로, 졸업 후 사회인이 된 그의 친구들이 소식이 끊긴 그를 각자 회상하면서 그 속에 숨은 진실을 찾아 현재의 그를 찾아가는 미스테리 청춘물인 줄 알았다.
그러나 후반부에 드러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은 꽤 충격적이었다.
요노스케의 주변 인물들이 그를 추억하는 현재의 장면들 중 한 장면에서 라디오 뉴스를 통해 드디어 요노스케의 현황이 밝혀지는데, 그가 바로 2001년 신오쿠보역 승객 추락 사고의 의인 중 한 명이었던 것!!
한국인 유학생 이름도 함께 나왔는데, 영화에선 이름을 달리했지만 그가 고 이수현 씨란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일본 유학 중에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러 뛰어들었다 죽은 의로운 청년 이수현!' 하고, 그의 이름과 희생은 또렷히 기억하지만, 또다른 희생자가 있었는 줄은 미처 몰랐었기에 요노스케가 그 주인공이란 사실에 몹시 놀랐다.(실제 인물의 이름은 '세키네 시로'다.)
이제 사실이 드러났으니 그의 친구들이 통보를 받고 그의 장례식에 속속 모이는 모습이 그려지겠지? 그리고 거기서 다 같이 요노스케를 추억하며 울고 웃고 그러겠지?
하고 신파적인 상황을 그려봤으나 영화는 짧막한 라디오 뉴스 보도 외에 더는 그의 죽음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요노스케의 지난 청춘의 모습들을 보여줄 뿐이다.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해 오고, 대학에 입학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가고, 친구들을 사귀고, 연애를 하는 모습 등.. 너무도 일상적인 평범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16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요노스케와 그의 친구들의 청춘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저렇게 평범한데도 청춘은 참 아름답구나.. 하고 젊음은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날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순간 내 보잘 것 없는, 그다지 추억할 거리 없는 내 지난 청춘도 빛났던 때가 분명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이제는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요노스케와 그의 여친 쇼코가 둘다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라 그들로 인해 빚어지는 웃음들이 좋았다. 요노스케의 눈치없음이.. 쇼코의 천진난만함이 사랑스러웠다. 또 요노스케의 대학시절 배경이 1980년대 후반대라서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적인 헤어스타일과 복장들 보는 재미도 있었다.
처음엔 풋~ 하고 입술 사이로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나왔고, 그러다 순간 순간 푸하핫~ 하고 소리내어 웃었고, 마지막엔 잔잔하게 미소가 지어지는 영화였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실존 인물인 '세키네 시로'의 삶에 입각해 사실을 그린 것인지, 아님 사건만 사실일뿐 나머지는 픽션인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더 나아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건 뜻깊은 일일 것이다. 비록 요노스케는 죽었고, 그의 죽음을 모른다 해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를 추억하고, 그 순간 웃는다는 건 그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
요노스케의 친구들이 그를 떠올리며 웃었듯 나도 앞으로 요노스케를 떠올리면 빙그레 미소를 지을 것 같다. 내게도 요노스케는 언제나 살아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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