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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Movie

피노키오들의 향연 '최악의 하루(Worst Woman)'

by 시샘별 2017.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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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감독이 제작한 것도 아니고, 탑 배우가 나오는 영화도 아니지만, '최악의 하루'란 제목이 주는 호기심과 배우 한예리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보고 싶었던.. 그러나 바로 보지는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고 미루는 동안 영상이 예쁘다는 얘길 들었고, 검색으로 대충의 줄거리를 알게된 다음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는 '은희(한예리)'라는 여자가 하루에 세 남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 아침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 중인 현 남친 '현오(권율)', 은희가 남산에서 올린 SNS를 보고 무작정 그녀를 찾아온 구 남친 '운철(이희준)'..

은희는 지금껏 현 남친과 구 남친 사이에서 거짓말을 해왔었고, 이번 만남에서도 거짓을 말하는데, 이는 후에 삼자대면이라는 예견된 참사를 낳는다.


은희의 거짓말이 가장 도드라지긴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구 하나 진실된 사람이 없다. 현 남친 역시 바람을 피웠던 전적이 있고, 느낌상 현재 ing인 듯하다. 구 남친이란 작자는 행복해지지 않으려고 아내와 재결합을 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은희와도 다시 관계를 이어가려고 한다.

또 일본인 소설가 류헤이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가 한국어를 모르다는 이유로 그의 면전에서 거짓된 모습을 감추려하지 않고 모두 드려낸다.

얼핏 보면 류헤이만이 진실된 듯 보이지만, 어쩜 그야말로 이 거짓으로 점철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일지도 모른다.(처음과 끝의 나레이션이 그런 느낌을 줌.)

이처럼 피노키오들이 잔뜩 나옴에도 영화는 유쾌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서촌과 남산 둘레길이 주 배경인데, 이야기와 무관하게 영상이 예뻐서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영상 속 싱그러운 초록잎들과 반짝이는 햇살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은희라는 캐릭은 자칫 가장 못된년으로 보일 수 있었음에도 다름 아닌 한예리였기에 그다지 밉지 않게 보여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예리.. 그녀를 처음 '동창생'에서 봤을 땐 탑의 상대배우를 하기엔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예쁘고, 매력적이어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그녀의 팬이 되어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특히 더 잘 살아있어 그녀의 존재자체만으로도 영화가 더욱 빛나보이는 느낌이었다.


남산에서 다시 만난 은희와 료헤이.

현 남친과 구 남친에게 했던 거짓말들이 모두 탄로나며 최악의 하루를 보낸 은희.. 은희만큼이나 거짓된 관계 속에서 하루를 시달린 료헤이.. 두 사람은 어둠이 깔린 남산에서 재회를 하게 되는데, 비로소 서로에게서 자신들의 힘들었던 하루를 보상받는다.

때론 가까운 이보다 낯선이에게서 더 솔직해질 때가 있는 법!
그런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남녀의 연애사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바람'과 그것을 감추려는 '거짓말'이 만들어낸 해프닝을 그린 '최악의 여자'.

웃음기 쫙 뺀 정극이었다면 썅욕을 하며 봤겠지만, 가볍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무조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그러니 크게 분노할 필요 없다고.. 너무 바르게 올곧게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감독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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