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을 돌리다가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영화 한 편이 거의 끝나가길래 다음 영화가 뭔지 확인해 봤더니 '신데렐라'였다. 내용이야 뻔히 다 알지만, 인터넷 기사에서 여주가 '엠마 왓슨'이라고 했던 게 떠올라 볼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본 게 올해였던 것 같은데 벌써 Tv에서 방영을 해주나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영화는 2015년 작이었고, 당연히 주인공도 '엠마 왓슨'이 아니었다.
(엠마 왓슨이 출연한 영화는 '미녀와 야수'이고, 이달 16일에 개봉한다.)
살짝 실망스럽긴했지만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는 말에 어릴적 동화책으로 읽었던 신데렐라의 느낌을 잘 살렸을 것 같아 그냥 보기로 했다.
영화는 정말로 원작 동화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동화 내용에 충실하되 동화라서 생략되고 넘어가 의문을 남겼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매우 설득력 있는 상황 설명들을 더해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새엄마에게 신데렐라를 미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음을(뭐, 처음부터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같은 여자 입장으로서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결코 왕자가 무도회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결혼을 결심하는 금사빠 얼빠가 아니었음을(둘은 숲에서 처음 만났고, 신데렐라는 왕자의 정체를 몰랐음)... 평민인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기에 이르는 과정엔 그저 유리구두만 발에 맞으면 되는 게 아니었음을(정치적인 이유로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해야만 하는 왕자의 운명이 나옴).. 유리구두에 발이 맞는 여자와 무조건 결혼하겠다 라는 그런 황당무계한 조건을 내걸고 신데렐라를 찾았던 게 아니었음을... 등등..
그 중 궁전 무도회에서 왕자와 춤을 춘 주인공이 신데렐라였음을 눈치챈 새엄마가 신데렐라와 딜(?)을 하는 장면은 더없이 현실다워서 가장 인상깊었다.
숲에서 처음 만나는 왕자와 신데렐라.
이때 신데렐라를 보고 반하는 거나 무도회에서 처음 만나 반하는 거나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했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후자보단 전자가 그나마 납득이 갔다.
왕자 본인이 직접 말하길 신데렐라가 예쁘기도 했지만, 그녀의 내면에 반했다고 했으니까.
또 그녀의 신분이 평민임을 옷차림을 보고 알았을 텐데도 신경쓰지 않았고..
(하긴 외모가 열일하는데, 옷차림이 뭔 상관이었겠음.)
신데렐라의 대모 요정으로 나온 '헬레나 본햄 카터'.
남편인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영화에 자주 출연해왔기 때문인지 여기서에서의 역할 또한 무척 잘 어울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붉은 여왕'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신선했다.
그녀가 마법을 부려 호박을 마차로 만들고, 도마뱀을 시중으로 만들고, 거위를 마부로 만드는 장면은 CG라고는 하나 어찌나 리얼리티하던지...
진짜로 내 눈 앞에서 마법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마법이 풀리는 장면은 또 어떻고...
마법을 부리는 장면과 마법이 풀리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단연코 best라고 할 수 있다.
무도회에서 재회한 왕자와 신데렐라.
입구 앞의 아찔하도록 높고도 많은 계단을 다 오르고서도 양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 길을 또 한참이나 지나야 본궁에 이를 정도로 크고 넓은 궁전의 모습은 지금껏 다른 영화에서 본 궁전들의 모습들 중 가장 으리으리했다. 특히 정원이 정말 근사했다.
무도회장과 무도회장을 메운 사람들은 화려했고, 그들에게 에워싸여 춤을 추는 왕자와 신데렐라에게서는 빛이 났다.
뻔히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지루하지 않았던 건 이처럼 볼 거리가 풍부했기 때문.
신데렐라 역의 '릴리 제임스'의 아름다운 외모도 큰 몫을 했다.
선량하면서도 내면이 견실한 신데렐라의 모습을 잘 살려주었다.
보면서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신데렐라에게서 아름다운 외모가 없었다해도 왕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녀가 못생겼더라도 그녀의 내면을 제대로 봐주었을까?
그러고보면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읽고 자란 동화들 대부분은 외모지상주의가 깃들어 있었다.
착한 마음씨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동화속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 예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런 동화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건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영화, 드라마, 애니, 소설책 등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들은 늘 선남선녀들이다.
아름다움을 선호하고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가끔은 반발심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슈렉'같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생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까지 5분전(스포있음) (0) | 2017.03.30 |
---|---|
'립반윙클의 신부' 스페셜 에디션_스포있음 (0) | 2017.03.15 |
인터넷 범죄 영화 '네트(THE NET)'_스포있음 (1) | 2017.03.04 |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_내겐 '태호', 당신이 주인공이야! (0) | 2017.03.02 |
극장판 명탐정 코난_코난에 대한 갠적인 불만이 함축된, '순흑의 악몽' (0) | 2017.0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