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개봉작으로 무려 22년 전 영화다.
저런 시절도 있었지 하고, 추억을 돋게하는 사각 미니 플로피 디스크와 386인지 486인지 뚱땡이 옛날 컴퓨터가 나오는, 인터넷을 주제로 한 범죄 영화다.
현재는 20년 전 보다도 인터넷은 우리들의 삶 깊숙히 파고들었고,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최근 불과 몇 년 사이에 굳이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우린 나 자신도 모르게, 설사 알고 있다 해도 개의치 않은채 인터넷에 나 자신을 꺼리낌없이 노출하며 살고 있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무려 20년 전 영화가 말이다) 인터넷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주인공 '안젤라 베네트(산드라 블록)'는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로 집에서만 일하는 프리랜서이다. 요즘으로 치면 히키코모리 성향이 있어서 타인들과의 접촉은 일체 금하며 지낸다. 그래서 그녀를 아는 이라곤 알츠하이머로 병원에 요양중인 엄마와 잠깐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 때 주치의였던 의사이자 옛 연인 단 둘뿐이다.
회사일도 인터넷 채팅이나 전화로만 주고 받는데, 어느 날 동료에게서 프로그램 하나를 의뢰받게 된다. 그는 다음날 자신의 비행기로 안젤라를 만나러 가다가 사고를 당하고, 미리 잡아놓은 휴가를 취소할 수 없는 안젤라는 그대로 휴가를 떠난다.
그녀는 휴가지에서 자신과 같은 직업을 가진 남자와 가까워지게 되는데, 그 남자는 안젤라가 동료에게서 받은 프로그램을 저장해둔 디스켓을 빼앗고, 그녀를 죽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자신의 위험을 알아차린 안젤라는 도망을 치다가 사고로 다치게 된다.
병원에서 깨어난 안젤라는 곧바로 자신이 투숙했던 호텔로 찾아가지만, 호텔 컴퓨터에는 이미 체크아웃을 했다고 나오고, 자신을 죽이려던 남자와 함께 있을 때 여권이 든 가방을 빼앗겨서 임시 여권을 받으러 대사관을 찾아갔다가 자신이 '안젤라 베네트'가 아니고 '루스 막스'라는 기막힌 얘기를 듣게 되는데...
한 인간의 개인 정보에 인터넷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더구나 안젤라는 주위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고 살아서 그녀가 진짜 안젤라임을 증명해 줄 사람이 없다는 설정은 마치 오늘날과 같은 히키코모리나 혼자족이 생겨날 것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 같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웬만한 모든 일처리는 집에서 할 수 있어 편리해짐과 동시에 그만큼 사회적인 활동이 줄어들었고, 성향 자체가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더욱더 집에 틀어박히게 됐으니 말이다.
안젤라가 가지고 있던 플로피 디스켓 안에 든 프로그램은 모 기업에서 만든 보안 프로그램이 사실은 정부의 모든 기관에 침투해 비밀 정보를 빼내고 있다는 증거가 담겨있었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설치하는 보안 프로그램이 사실은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무섭고 위험한 존재였던 것이다.
나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쓰면서도 매번 의구심이 든다.
컴퓨터를 쓰는 이상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몇번 직접 당해도 봤다) 어쩔 수 없이 이용하지만, 혹시 내 인터넷 검색 기록이 모두 프로그램 회사로 전송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악용이 되든 아니든 상당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불쾌감, 불안 등을 동반하면서도 쓸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보안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것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니...
IT 영역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럴수록 사람들의 삶은 보다 편리해지겠지만 한편으론 개인 자유의 영역을 보다 깊이 침범당하고 있다.
요즘은 세상과 단절하고 싶으면 깊은 산이나 무인도에 갈 필요없이 그저 인터넷만 끊으면 된다. 그러나 무궁무진한 재미와 편리함이 담긴 인터넷을 끊는 일이 그리 쉬울까...
잠재적인 위험성을 동반한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우리네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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