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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Movie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_내겐 '태호', 당신이 주인공이야!

by 시샘별 2017.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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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인가 귀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란 소설을 참 재밌게 읽었다.
글을 어찌나 매끄럽고 시각적으로 썼던지 읽으면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다 읽고 나서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름아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질 줄이야...
영화 개봉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갑다긴 보단 거부감이 들었다.
아무리 믿고보는 배우 김윤석이 나온다고 해도.. 드라마 미생에서 이미 연기력을 검증받은 실력파 배우 변요한이 나온다고 해도.. 못 미더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건 순전히 개인적인 바람이자 욕심때문이었는데, 난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고, 내심 그러길 몹시 바랐다. 그런데 그 믿음과 바람이 깨지니까 빈정이 상했다고 해야하나 심술이 좀 났었다.

그래서 영화관에 개봉 포스터가 걸렸을 때도 차갑게 외면했었는데, 어제 옥수수에 토요 무료영화로 떴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했다.

영화는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책을 읽은 지가 좀 오래돼서 디테일한 설정까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져서 큰 위화감없이 볼 수 있었다.

의사인 주인공이 캄보디아에 의료봉사하러 갔다가 감사의 의미로 한 노인에게서 알약을 10개를 받게 되고, 그 알약을 먹으면 30년 전으로 20분 동안 돌아가게 되며, 그때 죽은 연인과 현재의 딸 둘 모두를 살리기 위해 현재의 나와 30년 전의 내가 고군분투한다는 게 원작의 주요 스토리인데, 영화는 주요 설정은 물론 이야기를 풀어가는 흐름까지도 원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좀 거부감이 있었지만, 다들 탄탄한 연기력을 뒷받침으로 하고 있는 배우들이라서인지 점차 그들의 외모가 아닌 연기에 빠져들게 되어 더이상은 싱크로율 따위는 따지지 않게 됐다.

책을 읽었을 당시에 이미 멜로라는 장르에 별 매력을 못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주인공의 순애보가 그리 절절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과거로의 타임슬립이라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는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숨은 진짜 주인공 '태호'에 대해 말하고 싶다.
비록 진심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30년 전에 자신에게 개지랄을 떨던 녀석인데도 그의 부고 소식을 듣고는 바로 찾아가고, 모든 진실을 알고 난 뒤엔 자신의 몸을 날려 주인공을 도우러 가는 태호의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한 마음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는 젊었을 적에도 자신의 연애사업 보다도 친구의 일을 우선으로 하는 의리남이었다.

책으로 읽었을 땐 주인공의 옛 연인에 대한 깊은 회환과 딸에 대한 부정에 집중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친구에게 더 몰입해서 본...

나도 누군가에게 태호같은 친구가 되고 싶고, 내게도 태호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영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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