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예고편을 봤을 때 단번에 또 다른 도박 영화 '신의 한 수'가 떠올랐다.
종목을 '바둑'에서 '볼링'으로만 바꾸었을 뿐 '도박'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둘이 비슷하겠단 느낌이 들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흥미가 생겼달까?
'신의 한 수'를 참 재밌게 봤기에 그와 비슷한 류의 스토리라면 기본 재미는 보장해 주겠지 싶었다.
처음 '신의 한 수' 예고편을 봤을 때도 도박 바둑이란 소재가 꽤 신선하게 다가왔었는데, '스플릿'의 도박과 볼링의 조합은 그보다 더 흥미로웠다. 바둑이야 바둑의 '바'자도 모르지만, 볼링은 잘은 못 쳐도 나도 해 본 스포츠라서 친숙함에 절로 끌렸다.
전직 볼링 선수로 한때 대회에서 올 스트라이크를 기록, 퍼펙트맨으로 불리우며 잘 나갔으나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도박 바둑판을 전전하며 사는 '철종'(유지태).
'동감'때만 해도 유지태를 좋아했었는데, '올드보이'의 '우진'역 이후로는 그에게서 '우진'의 모습이 영 지워지지가 않아 지금까지도 그를 보는 것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가 나오는 작품들은 일부러 보지 않았었다.
이번엔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본 건데, 와우~!
유지태.. 왜 이리 매력짐?
무엇보다 그를 보며 올드보이의 우진을 한 순간도 떠올리지 못했다는 거~!
부스스한 머리, 거뭇거뭇한 수염, 한 쪽 다리에 찬 보조기..
한때는 잘 나갔으나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철종이란 인물의 외적인 모습에서부터 내면적인 모습까지 더없이 완벽히 보여준다. 특히 눈빛이 열 일 한다.
'두꺼비(정성화)'에게 빼앗긴 돌아가신 아버지가 운영하던 볼링장을 되찾기 위해 도박 볼링판에서 브로커로 살아가는 '희진'(이정현).
도대체 나이는 어디로 먹는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같은 여자임에도 넋을 놓고 봤다.
도박판에선 강단있는 척 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여리여리한 '희진'이란 캐릭에 참 잘 어울렸다.
폼은 아주 많이 구리지만 던졌다 하면 스트라이크~!
볼링 천재 자폐아 청년 '영훈'(이다윗).
영화에서 코믹과 감동 코드를 담당하는 주요한 역할인 영훈 역을 완벽히 소화해낸 이다윗.
얼굴은 낯이 익었지만 이름은 낯설었는데, 이제 그의 이름도 확실히 각인되었다.
" 사랑해요~ 막키스~! "
너무 귀여웠음. 영훈! :D
철종과 마찬가지로 볼링선수 출신으로 선수시절부터 쭉 철종에게 심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두꺼비'(정성화).
개그맨으로 데뷔를 했지만, 드라마에 얼굴을 더 많이 비추더니 언제부턴가는 뮤지컬로 무대를 이동, 지금은 명실공히 뮤지컬 대스타로 자리매김한 정성화.
일찍이 그의 연기를 좋아했지만, 그가 뮤지컬 무대로 가버리면서 tv에서 더는 그의 연기를 볼 수 없는 게 내내 아쉬웠는데, '스플릿'에 그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방가웠다.
하지만 맡은 역할이 악역이라고 해서 내심 안타깝고 서운했었다.
영화를 보며 자세히 뜯어보니 악역에 어울릴 법한 마스크이긴 하지만, 팬심이 그걸 인정 못하겠음.ㅋ
그때문이었을까?
분명 비열하고 악독한 역할임에도 언뜻언뜻 그가 귀여워보였다.ㅎㅎ
영화는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볼링치는 장면들을 맛깔스럽게 잘 살렸다.
레일을 따라 재빠르게 굴러가는 볼링공을 눈으로 쫓는 게 즐거웠고, 굴러가는 공마다 핀들을 모조리 다 깔끔히 쓰러뜨려주어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다.(영화제목처럼 스플릿이 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대게는 다 스트라이크였다.)
솔직히 전체적인 플롯이 진부하긴 했지만, 볼링치는 장면과 적절한 코믹이 어우러져 재밌게 봤다. 배우들의 연기도 누구 하나 구멍없이 훌륭했다.
갠적으로 마지막에 두꺼비와 철종의 격투신을 꼭 넣어야했나 싶은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덜해서 내심 안도하고 있었건만, 마지막에 훅 치고 들어올 줄이야...
왜 꼭 이런 도박 영화엔 내기에 승복 못 하는 찌질하고 악랄한 악인이 나오고 쓸데없이 피를 보는지...
아!
하나 더!
중간에 '파파로티'를 연상케하는 억지 감동 코드(?)도 좀 거슬렸다.
한국 영화에 바라는 바.. 제발 좀 억지 감동 코드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은 삼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암툰 재밌게 보긴 했다는 것이 핵심!
보기 전에 느꼈던 느낌 그대로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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