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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Movie

로베르토 베니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스포있음)

by 시샘별 20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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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인가 스무살에 봤던 영화다.
tv 영화소개 프로를 통해 알게 됐는데, 편집해서 보여주는 고작 몇분 내외의 짧막한 영상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었다.
지금이야 너무 많이 속아서 멀리하고 있지만, 그즈음만 해도 tv 영화소개 프로에서 추천해주는 영화들을 꽤 신뢰했었다.
그래서 비디오를 빌려 학원 청취실에서 학원 사람들과 함께 봤었다.

그때 옆에 친했던 오빠가 앉았었는데, 주인공 '귀도'가 죽는 장면에서 나보고 남자인 나도 우는데(실제로는 겨우 눈물 한방울 맺혔었음. ㅡ_ㅡ) 지지배가 어째 저렇게 슬프고 감동스런 장면에서 울지도 않냐면서 감정이 메말랐다고 했었다.

오빠는 다 보고나서도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여러번 말했다.
그런데 나는 왜 짧은 편집 영상을 보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면서 왜 정작 영화를 제대로 다 보고나서는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아마도 일단 기대가 너무 컸었고..
귀도가 너무 수다스러워서 어느 순간 살짝 질렸고..
귀도의 죽음이 너무 허망해서 조금 멍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있던 '인생은 아름다워'...

오늘 케이블에서 방영하길래 다시 봤다.
처음부터 보진 못했고 '귀도'와 아들 '조수아'가 수용소에 막 도착한 시점부터였다.

귀도는 끔찍한 수용소의 실상을 아들에게 감추기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한다.
수용소는 게임을 하기위한 장소이고, 다른 사람들 보다 1,000점을 먼저 따면 탱그를 탈 수 있다고..

1등을 해서 탱크를 타겠다는 꿈에 부푼 조수아는 아빠가 점수를 따는 방법들이라며 일러주는 말이라면 뭐든 곧이곧대로 믿으며 잘 따른다.

귀도는 노역을 하고 밤늦게 숙소로 돌아와서도 아들의 꿈을 지켜주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어린 아이.. 병든 자.. 나이든 자들은 쓸모가 없다고 판단, 모두 죽여버리는 상황에서 아들을 지켜내기 위한 귀도의 고군분투 입담(?)은 더해가고...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나치들이 수용소를 떠나느라 어수선한 밤..

귀도는 아들을 금고같은 도구함(?)속에 숨기고 함께 수용소로 끌려왔던 아내를 찾아다니다가 발각되어 총살을 당하고 만다.

그 장면에서 예전처럼 또 멍했다.
귀도가 발각되는 장면에서 피식 웃다가 탕탕탕 소리에 멍~

귀도의 죽음은 총성 소리로만 나올뿐 그의 시신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날..
나치들이 모두 물러나고 미군이 탱크를 몰고 나타난다.
도구함에서 나온 조수아는 자신 앞에 탱크가 나타나자 정말로 자신이 1등을 해서 선물을 받게 된 줄 알고 깜짝 놀란다.

더구나 그게 사실임을 입증하듯 탱크 운전병은 조수아를 탱크에 태우고, 조수아는 승자의 기쁨을 만끽한다.
조수아의 행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탱크를 타고 가다가 수용소를 떠나온 사람들 무리에서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의 품에 안긴다.
그렇게 모자의 극적인 상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귀도가 그냥 가만히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면...ㅜㅜ
행복하게 웃는 두 모자의 모습과 귀도의 안타까운 죽음이 겹쳐져 마음이 시큰했다.

영화는 귀도의 죽음을 그렇게 서서히 인식시켜준다.
탱크 앞에서 놀란 토끼눈을 한 조수아의 모습에서...
탱크를 타고는 신이 난 조수아의 모습에서...
두 모자가 상봉하는 모습에서...

그 모든 걸 귀도와 함께 했더라면...

이번에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감동은 제대로 전해졌다.
아내와 아들을 끔찍이도 사랑하던 귀도의 마음이 참으로 짠하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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