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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Movie

내가 제일 사랑하는 팀버튼 영화 '가위손'(스포있음)

by 시샘별 2016.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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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은 내가 팀 버튼 영화 중 제일 사랑하는 작품이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다.

'가위손'을 처음 본 건 아주 오래 전, 지상파 tv에서 주말이면 더빙으로 외화를 방영해주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케이블 영화 채널도 많고, VOD나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받아 볼 수 있지만, 당시엔 주말이나 명절 때 방영해 주는 걸 보는 것만이 유일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금이야 더빙이라면 반감이 들지만 그땐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고, 오히려 감명깊게 본 영화들 대부분은 그 당시에 본 영화들이다.(옛날 영화들 중에 유독 명작이 많기도 하지만..ㅋ)

 '가위손'도 그 중 하나로 당시 감정이입을 꽤 깊이했었고, 마지막엔 울었던가??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암툰 굉장히 감명깊게 본 영화라서 지금까지도 가슴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기가 꺼려지는 영화였다.

이유는 '에드워드(조니뎁)'가 마을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장면들을 보는 게 두려워서였다. 내가 좀 그런 류의 설정에 굉장히 취약해서 보면 많이 힘들어한다. 막! 막! 억울하고, 답답하고, 화나고... 픽션임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상황에 완전히 몰입해서는 마치 내가 당한 것처럼 극도로 분노하고 상처도 깊이 남는다.
 
그래서 다시 그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몇번인가 다시 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외면해왔었는데, 오늘 케이블에서 해주길래 용기를 내어 보았다.

초중반부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영화는 낡은 성에서 혼자 살던 '에드워드'가 화장품 판매원인 '펙'의 손에 이끌려 마을로 내려오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창백한 얼굴에, 손 대신 길고 날카로운 칼날을 달고 있는 에드워드의 존재는 금새 동네에 소문이 퍼져 온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데, 처음엔 그를 호기심으로 대하던 사람들은 그가 가진 재주(?)를 보고는 감탄해하고 기뻐하며 잘 대해주다가 이후 여러 오해들이 쌓이자 바로 태도가 돌변해 그를 위험 인물이라며 냉대하고 두려워한다.

가위손을 처음 봤을 때 동네 사람들의 그런 모습때문에 무척 분개했었다.
특히 자신이 먼저 에드워드를 유혹하다 거절 당하자 자존심이 상한 어느 여편네 하나가 에드워드가 자신을 겁탈하려 했었다고 하는 장면에서 제일 분노했었다.

'킴(위노나 라이더)'의 남자친구도 완전 암유발자인데, 그 부분은 잊고 있었다가 이번에 다시 보면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볼 용기를 낸 건 이러니저러니해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엔딩과 전혀 달랐다.

난 여지껏 킴이 에드워드가 마을에서 도망쳐 성으로 돌아갔을 때 함께 따라가서 둘이 눈을 맞으며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에드워드가 비록 마을에서 상처는 많이 받았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흠~ 어쩌다 그리 기억이 왜곡된 건지..^^;

킴이 에드워드와 함께 성에 있다가 늙은 킴이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으로 화면이 전환되서야 내 기억이 왜곡됐음을 알았다. 그건 내 기억에서 까맣게 잊혀진 장면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 부분을 통으로 잊었을 수가 있지?
그토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성에서의 일을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를 다시는 찾지 않았지만, 아직 그가 살아있다고 말하는 킴에게 손녀는 묻는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눈이 오지 않는 마을에 그날 이후로 겨울이면 눈이 온다고 말하는 킴..
그리고 성에서 얼음을 손으로 갈아서 창밖 마을 아래로 흩날려 보내는 에드워드의 뒷모습...

슬프지만 너무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역시 팀 버튼!!
최근작들은 다소 실망스럽게 본 작품들이 많지만, 이전의 작품들은.. 특히 원작이 있는 영화들 말고 그의 순수 창장물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재치가 넘친다. 그중에서도 가위손은 최고 걸작임! 乃

이번에 노년의 킴이 나오는 부분에서 한국영화 '늑대소년'의 엔딩이 떠올랐다.
늑대소년은 보면서 가위손을 떠올리지 못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확실이 둘이 유사하다.
아무래도 늑대소년이 가위손을 모티브로 만들었나 보다.

그러고보니 늑대소년도 처음엔 막 웃다가 분노하다가 마지막엔 펑펑 울 정도로 흠뻑 몰입해서 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가위손이나 늑대소년 같은 류의 영화에 감동을 많이 하나 봄. ㅎㅎ

가위손..
다시 보길 정말 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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