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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Movie

초긍정 소년 '스탠리의 도시락'(스포있음)

by 시샘별 2016.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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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가 첫번째로 본 인도영화가 아닐까한다.
tv 영화소개 프로에서 보고 흥미가 생겨 이후에 vod로 봤는데, 그때 느끼기로 다소 지루했고, 그닥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 영화의 줄거리는 집안 사정상 도시락을 못 싸오는 '스탠리'라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로, 스탠리 반 아이들의 도시락을 뺏어먹으려는 '식탐대마왕'이라 불리는 선생님과 선생님에게서 도시락을 지켜 스탠리와 나눠먹으려는 반 아이들의 이야기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다.

tv 영화소개 프로에서 본 바로도 그랬다.
그래서 단순히 아이들의 순수함과 장난끼를 볼 수 있는 훈훈한 드라마이자 코미디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건데, 아마 내가 처음에 봤을 때 지루함을 느끼고 기대치 보다 못 하다고 느꼈던 건 바로 그런 내 예상을 빗나갔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스탠리는 점심 시간이면 나는 빵이나 사먹어야겠다며 홀로 교실을 나간다.

눈에 멍이 들어 학교에 온 날은 멍에 대해 묻는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시장에서 덩치 큰 아이한테 맞았고, 자신도 그 아이를 때려주었다며 허풍일지 진실일지 모를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방학 중 보충 때도 점심 시간이면 집에서 밥 먹고 오겠다고 하고서 밖에서 방황하다가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키는데, 아빠가 델리에 있고, 엄마도 아빠한테 가서 도시락을 싸 줄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스탠리의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수상쩍지만 영화는 쉽게 스탠리의 정보를 주지 않는다.(맨 마지막에 나옴.)

나는 두번째 봄에도 스탠리의 사정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스탠리의 집 이야기가 나왔었나 기억을 더듬어 봐도 전혀 생각이 나질 않더라는... ^^;;;

다른 선생님들의 도시락도 모자라 아이들의 도시락에도 눈독을 들이는 슈퍼 왕 빈대 '식탐대마왕' 선생님!

그는 자신이 남의 도시락 뺏어먹는 건 생각지 않고, 스탠리가 반 아이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왜 남의 도시락을 뺏어먹냐며 나무라고, 심지어는 스탠리 반 아이들이 매번 점심 시간이면 자신을 따돌리고 스탠리와 밥을 먹자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싸오지 않을 거면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한마디로 진상 중에 진상, 상진상이다.
어른으로써도 실격, 선생님으로써도 실격이다.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알고 학교를 떠나긴 하는데, 왜 도시락을 안 싸와서 남의 것을 뺏어먹고 다닌 건지 궁금하더란...ㅋ

숨겨진 선생님의 사정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이 영화에서 한가지 재밌는 건 식탐대마왕 선생님이 이 영화의 '감독'이란 사실!
그리고 주인공 스탠리는 그의 '친아들'이란다.

스탠리와 스탠리 반 아이들..

어쩜 아이들이 하나같이 다 착한지..
밥 못 싸오는 스탠리에게 자신들의 도시락을 기꺼이 나눠주는 모습이 참 예쁘고 훈훈하다.

하긴..
이 영화에서 스탠리를 괴롭히는 악당은 식탐대마왕 선생님과 삼촌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들까지 스탠리를 괴롭히는 설정이었음 스탠리가 넘 불쌍했을 거임..ㅜㅜ

식탐대마왕 쌤을 피해 비밀스런 곳에서 점심을 먹는 아이들...

도시락을 지키려는 자! 스탠리와 친구들 VS 도시락을 뺏으려는 자! 식탐대마왕 쌤..

점심 시간이면 벌어지는 그들의 숨바꼭질..
다행히도 승자는 늘 아이들이어서 어찌나 통쾌하던지...ㅋㅋㅋㅋㅋ

그깟 도시락이 뭐라고 더구나 어린 학생들의 도시락을 뺏어먹겠다고 혈안이 되어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은 한심스러우면서도 우습기 짝이없다.

영화는 후반부에서야 스탠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스탠리는 오토바이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여의어 식당을 하는 삼촌 밑에서 지내는데, 삼촌에게 막말을 듣는 건 물론 폭행을 당하고 노동력 착취를 당하며 지내고 있었던 것...

잠자리 또한 심히 열악해 식당 종업원인 '아크만'과 식당에서 지낸다.
다행히 아크만은 좋은 사람으로 그동안 스탠리가 도시락을 못 싸가지고 다닌 것을 뒤늦게 알고는 식당에서 팔고 남은 음식들로 4단 도시락을 만들어준다.

당당하게 도시락을 들고 등교할 수 있게 된 스탠리..

엄마가 만들어 준거라며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신나서 장황하게 얘기를 늘어놓는 스탠리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어찌나 측은하던지..ㅜㅜ

앞서 어딘가 의심쩍어 보이던 스탠리의 모습들에서 뭔가 사연이 있겠구나 싶었지만 이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아니, 난 두번째 보는 건데도 왜 이 부분이 생각이 안 난거냐고~~!!)

스탠리의 사연을 몰랐을 땐 뭔 사연인지는 몰라도 애가 좀 허풍끼가 있네, 자존심이 유달리 센 아이인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스탠리가 하는 작은 거짓말들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기쁘게 하고 무엇보다 본인 자신에게 힘을 준다면 좋은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아마 스탠리 자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그건 스탠리의 믿음이자 바람이고 꿈일 거다.
엄마의 사랑이 함께 하고 있다는..

영화의 크레딧에서는 영화 촬영에 있어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촬영했음을 밝히고 있다.

또 인도에서는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본 영화는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픈 거다.
그럼에도 어둡지 않고, 밝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두번 보면 달리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다시 보면 첨 봤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면들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도 다시 보길 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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