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쉬 걸'은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렌스젠더 여성 '릴리 엘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녀는 실존했던 인물로 남자로 살았던 시절의 이름은 '에이나르 베게너'..
풍경화가였고, 한 아내(게르다)의 남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자임을 깨닫고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자로 다시 태어나지만, 수술 거부 반응으로 48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영화는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으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부터 담고 있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에이나르와 게르다는 그 어느 커플들보다도 애정이 넘치는 부부였다.
에이나르만큼 인정받는 화가는 아니었지만 게르다 역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였고,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둘은 서로에 대한 이해도 남달리 깊었다.
어느 날 게르다는 발레리나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던 중 모델이 늦는 바람에 에이나르에게 대신 대역을 부탁한다.
에이나르는 처음엔 거부하지만, 아내의 부탁에 못이겨 허락하고는 장난스레 그림 속 모델의 포즈를 취해보다가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그 일이 있고부터 얼마 후 이번엔 장난삼아 여장을 하고 '릴리'라는 이름으로 파티장에 갔다가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더욱 야릇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후부터 그는 '릴리'가 되어 파티장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던 남자와 남몰래 만남을 이어가는데...
이 영화는 블로그 이웃님의 포스팅을 통해 처음 알게됐는데, 소재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도 포스터 속 '에디 레드메인'이란 배우의 눈빛에 매료됐었다.
영화에서도 그가 첫 등장할 때부터 눈빛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어떤 이야긴지 다 아는 상태였기에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으나 남자 '에이나르'로 나오는 초반의 모습에서 그 안에 이미 '릴리'가 함께 살고 있음을 느꼈다.
에디는 '에이나르', '릴리' 그 자체였다.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내면의 여성성을 깨달으며 느끼는 에이나르의 혼란, 당혹감, 불안..
'릴리'로 변했을 때 느끼는 야릇한 흥분감과 도취감...
육체와 영혼의 성(性)이 달라 느끼는 수치감..
점차 진짜 '릴리'가 되어가며 느끼는 설레임과 행복감...
수줍음, 슬픔, 부러움, 사랑, 불안, 도발, 섹시, 희망, 설레임, 몽환 등등....
그 모든 감정들이 그의 눈빛에 담겨 고스란히 전해졌다.
자꾸만 그가 나에게 눈빛으로 말을 걸어 무슨 마법에 걸린 사람마냥 그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대니쉬 걸'에서의 에디는 치명적이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감정이 이입이 됐던 건 에이나르의 아내 '게르다'였다.
성 소수자들에 대한 시각은 현재도 그렇게 관대하지 못한 편이다.
하물며 1926년대야 더했을 거다.
그런 시대에 자신의 본 모습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당시는 성공을 보장할 수도 없었던 성전환 수술까지 감행한 '에이나르'의 용기와 강인함도 놀랍지만, 그런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아내 '게르다'가 난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남자가.. 남편이.. 사실 자신의 성 정체성은 여자라며, 여자가 되겠다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
에이나르야 본인의 삶이니 시대를 앞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쳐도 게르다는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시대엔 전무한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을 텐데...
스스로 난 성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 친구가 아닌, 내 남자가 내 남편이 자신의 성 정체성은 여자라고 고백한다면 충격도 충격이지만 끝내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게르다는 사랑하는 남자이자 남편인 '에이나르'를 보내주고, '릴리'가 된 그녀를 받아들인다.
여전히 에이나르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어서이기도 했겠지만, 그녀에겐 '인간'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랑이 있어보였다.
그것이 관대함으로 보였는지 '릴리'가 자신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꿈에 젖어 게르다에게 얘기할 땐 릴리의 철없음에 이기적임에 기가 차서 철저히 게르다의 입장이 되어 릴리를 욕하기도 했다.
그렇게 감정이입은 에이나르의 아내 '게르다'에게, 그리고 연기로는 에이나르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에게 푹 빠져서 본 '대니쉬 걸'..
두고두고 에디의 눈빛과 게르다의 진정한 인간애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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